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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미국의 재난 시스템(하)…현장엔 늘 민간구조원 먼저 도착, 상황 파악 완료

2014년 5월 20일 오전 11시50분 현재. 할리우드 인근 주택가에 여객기가 추락했다. 항공기가 떨어지면서 주택 5채를 덮쳐 2채가 동체 밑에 깔렸다. 비행기는 산산 조각나 화염에 휩싸였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폭발음이 뒤섞인 현장은 아비규환이다.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항공기 추락사고 현장은 LA인근 유니버셜 스튜디오 대형 세트장이다. 이날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실시하는 가주 합동 구조대응팀 훈련을 위해 특별히 제작됐다. 사고 발생 후 5분. 최초로 현장에 투입된 건 정부의 구조대원들이 아니다. 민간 구조대 '커뮤니티응급구조팀(CERT)' 대원 20여 명이다. 이들의 임무는 사고 피해자들이 어디에 있는지, 가장 피해가 큰 곳이 어디인지를 파악하는 것. 대원들은 현장을 뛰어다니며 지도에 사고 피해 상황을 세세히 기록했다. 사고 발생 후 15분. LA소방국(LAFD)등 지역 소방국 연합 구조대 USAR(Urban Search And Rescue)이 도착했다. CERT의 토마스 레이 팀장은 피해 상황을 기록한 지도를 취합해 USAR의 마이크 캐머러 캡틴에게 건넸다. USAR은 CERT가 조사한 1차 피해 상황을 토대로 수색 작업을 벌였고, 40분 만에 피해자들을 모두 찾아 구조했다. 사고 발생 신고 접수부터 상황 파악, 피해자 수색, 구조 작업까지 걸린 시간은 총 55분이다. 가상이지만 항공기 추락이라는 대형 참사 현장에서 정부 구조팀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한 숨은 조력자는 시민들이었다. '최초의 현장 구조대' CERT 덕분이다. CERT의 레이 팀장은 "민간 구조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구조팀 도착전 피해 상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라며 "정부 구조대의 효율적인 구조 작업을 돕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CERT는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산하 조직으로 설립된 민간자원봉사구조대다. CERT는 LAFD의 제안으로 설립됐다. LAFD는 1985년 일본 교토 지진 현장에 파견됐다가 지역 민간 구조대의 활약을 목격했다. 이후 연방 정부에 수차례 민간구조대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FEMA는 1993년 30명으로 구성된 LA CERT를 공식 조직으로 승인했다. 현재 CERT 대원은 전국 각 지역에서 약 4500만 명이 활동중이다. 미국 전체인구 3억2000만 명중 15%가 최초 구조대로 상시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CERT는 팀장 아래 수색팀, 통신팀, 의료팀, 협력팀으로 구성 된다. 사고 발생 시 수색팀은 현장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해 전문 구조대에 전달하고, 통신팀은 일대에 마비된 통신 시설을 복구에 나선다. 의료팀은 현장 응급 조치가 필요한 피해자들의 치료를, 협력팀은 전문 구조대와의 의견 조율을 맡는다. 정부에서는 CERT의 활약을 높이 평가한다. USAR의 캐머러 캡틴은 "주민들은 사고 지역의 지리와 날씨 등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전문 구조대보다 초기 대응을 하기에 더 유리하다"라고 설명했다. CERT 대원이 되는 길은 어렵지 않다. 지원 자격은 '18세 이상 성인이며 공동체 의식이 투철하고 건강한 신체를 가진 자'다. 선발을 위한 시험 과정도 없다. 제임스 피더스톤 LAFD 국장은 "재난 발생 시 이웃과 가족, 공동의 삶의 터를 지키기 위해 봉사할 줄 아는 정신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 전문 구조인력이 현장에 나서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훈련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GPS 코드 파악 및 지도 읽는 법, 소규모 화재 진압 요령, 심폐 소생술 등을 포함한 응급 조치법, 탈출 전략법, 전문 구조대와의 협력술, 통신기기설치법 등이다. CERT 대원으로 선발되면 첫 7주 동안 총 17시간 30분의 기초 훈련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이후에는 매년 2차례 실전 훈련을 받는다. 또 수시로 지역 소방국의 구조 활동에 참여해 실전 감각을 익히기도 한다. 20일 모의 훈련에는 얼굴 전체가 화상 상처로 가득한 CERT 대원 캐서린 매이(54)씨도 있었다. 매이씨는 1994년 노스리지 지진 당시 CERT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다고 했다. 매이씨는 "죽는구나 싶었을 때 CERT가 가장 먼저 달려왔다. 이젠 내가 가장 먼저 이웃을 구할 차례"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2014-05-22

[르포] 지진으로 댐 붕괴…희생자 구조 훈련

LAFD 4개 SWRT팀 참여 1년 훈련 성적표 받는 날 지시는 빠르고 간결하게 이동중 역할 분담 '척척' "지진에 댐이 붕괴됐다! 호숫가 15~20채 주택 고립. 희생자 5명을 2시간 내 구조하라!" 20일 오후 LA에서 북으로 50마일 떨어진 캐스테익 호수. 주차장에 착륙한 CH46헬기에서 뛰쳐나온 LA시소방국(LAFD) 급류구조반(SWRT·Swift Water Rescue Team) 20명에게 떨어진 훈련 임무다. 팀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훈련은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실시하는 연례 훈련이자 각 소방국 구조팀들의 재난대비 수행 능력 평가를 겸해 실시됐다. 지난 1년간 피땀 흘린 훈련 성적표를 받는 날이다. 훈련에는 4개 소방국 SWRT팀들이 일제히 참여했다. SWRT는 각 소방국의 구조 최정예팀이다. LAFD SWRT는 43명으로 전체 3600명 소방관중 1%만 뽑히는 구조의 엘리트 부대다. 기자를 구명보트에 태우고 훈련장 안내를 맡은 LA SWRT팀의 톰 핸스겐 매니저는 "각 소방국 상위 1% 구조 전문가 간의 자존심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사이 장대비가 쏟아졌다. 바람이 강해져 물살도 급했다. LA SWRT팀이 8인용 구조선 4척에 2~3명씩 나눠 타자마자 어깨에 달린 무전기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GPS 좌표 확인하라! 호숫가 절벽 위 부상자 발견!" 저멀리 상공에 뜬 무인정찰기가 희생자 위치를 팀원들의 휴대용 GPS로 전송했다. 배가 속도를 높이자 비가 얼굴을 때려 시야를 가렸다. 위아래로 요동치는 배 안으로는 물이 계속 넘어들어왔다. 배에 탄 자체가 고역이었던 기자와 달리 팀원들은 기민했다. 이동중에 제프 발로초우스키 SWRT 팀장의 지시는 빠르고 간결했다. "둘은 로프와 배스킷들고 절벽 위로 올라가고 한명은 나와 함께 아래서 대기한다." 무전 수신 7분 만에 구조선 2대가 절벽 아래 도착했다. 팀원들이 절벽을 타고 올라가 확인한 생존자는 허리 아래가 마비된 상태였다. 170파운드의 생존자를 응급처치하고 로프로 고정해 20피트 절벽 아래로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0분. 끝났다 싶었는데 고함소리가 절벽을 때렸다. "배스킷 풀지 않고 뭐 하는 거야! 다들 죽고 싶어!" 발초우스키 팀장이 일갈한 이유는 팀원의 실수때문이다. 생존자를 묶었던 배스킷을 풀지 않으면 혹시라도 배가 전복됐을 때 생존자가 몸을 움직일 수 없어 익사한다. 기자가 탄 보트를 몬 SWRT의 톰 핸스겐 매니저는 "특히 수상에서는 사소한 실수가 치명적"이라며 "구했다고 안심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날 4개팀은 '지진→댐 붕괴→홍수→시민 고립'이라는 같은 시나리오 아래 훈련을 벌였다. 구조는 경사진 언덕, 절벽, 수상 등 복합적인 상황에서 이뤄졌다. 불과 5명을 구하기 위해 20여명의 구조요원들이 2시간 동안 물위에서 지상으로, 지상에서 물위로 쉴틈없이 사투를 벌였다. 또 무전이 울렸다. "호수 북쪽 50도 경사 언덕에 생존자 발견!" 생존자는 160파운드의 성인 남성이다. 비온 뒤 미끄러운데다 바위 많은 경사길이었지만 10분만에 거뜬히 구조했다. 감탄하는 기자에게 핸스겐 매니저는 오히려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는 "실전에서는 혼자 생존자를 업어야 할 때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팀이 호수 남쪽 끝으로 떠내려간 생존자 구조에 나섰다. 구조 작업은 단 3분 만에 끝났다. 발로초우스키 팀장은 "결국 구조는 시간 싸움"이라며 "구조 시간은 훈련 시간과 반비례한다는 원칙을 새삼 깨닫는다"고 말했다. 이날 훈련은 86년 전 호수 부근에서 발생한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캐스테익 댐은 1928년 붕괴된 세인트 프란시스 댐을 대체해 세워졌다. 당시 댐이 무너지면서 홍수로 400명이 숨졌다. 가주에 가뭄이 심각한 상황에서 홍수가 날리 만무하다는 질문에 핸스겐 매니저의 답은 단순 명료했다. "물론 홍수가 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재난은 잊는 순간 재앙이 된다." 글·사진=정구현 기자

2014-05-21

[특별기획] 미국의 재난 시스템(상) '통합지휘-명확한 임무할당-반복훈련'

"구조선 1, 3호는 2명씩 타고 2, 4호에는 응급치료요원까지 3명이 동승한다. 1·2호는 호수 서쪽을 맡고, 3·4호는 동쪽으로 간다." 발렌시아 인근 캐스테익 호숫가에 자리잡은 대책본부. 댐 붕괴로 홍수가 나서 고립된 시민들을 구조하는 모의 훈련이 한창이다. 지휘본부장을 맡은 LA시소방국(LAFD) 데이비드 베이커 캡틴은 80여명이 넘는 구조인력에 주저없이 임무를 할당했다. "현장 구조를 돕는 지상반은 3개반이 대기한다. 구조 계획수립반, 장비전담반, 예산담당반은 20분 뒤 다시 브리핑한다." 현장 도착 후 상황 파악, 임무 분담, 출동 명령까지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신속 대응이 가능한 이유는 통합 사고지휘체계인 ICS(Incident Command System)에 있다. 베이커 캡틴의 업무 할당은 ICS 시스템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ICS는 한국의 사고 중앙대책본부에 해당한다. 주로 관료가 수장을 맡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ICS 최종 책임자가 현장 전문가다. 소방국 경력 25년 베테랑인 베이커 캡틴은 구조전담반 출신이다. ICS는 LAFD가 1976년 고안했다. 대형 산불이 잦은 지역특성상 타지역 소방국 지원이 잦았다. 서로 다른 팀이 모이면서 소방관 수는 많아졌지만 효율성은 떨어졌다. 베이커 캡틴이 지적한 당시의 문제점은 최근 한국의 세월호 참사 상황과 흡사하다. "너무 많은 보고가 한꺼번에 지휘관에게 쏟아졌고, 서로 다른 조직간 대응방법이 달랐다. 또 피해 상황에 대한 정보도 제각각이었다. 조직간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못했고 대응계획 수립은 늦어졌다. 명령 체계가 불분명해 혼선이 왔다. 조직간 현장 용어도 달랐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고안된 ICS는 역할 분담을 명확하게 했다. 지휘관 아래 3명의 참모가 의사결정을 돕는다. 언론담당관, 조직간연락관, 안전담당관이다. 그 아래 실행부서는 4개다. 현장구조반, 구조계획수립반, 장비전담반, 재정담당반이다. 베이커 캡틴은 "현장구조반을 나머지 3개부서가 지원하는 형태"라며 "초기 대응에서부터 이미 재정지원까지 염두에 두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통합된 대응 시스템은 극히 세부적이다. 각 소방국내 구조요원들의 헬멧까지 통일됐다. 빨간색은 캡틴, 노란색은 구조요원, 파란색은 응급치료요원으로 쉽게 식별 할 수 있게 했다. ICS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이유는 체계적인 시스템 뿐만 아니라 인재 양성에 있다. 현장구조반의 USAR(Urban Serach And Rescue)팀은 ICS의 핵심 인력이다. 국가적 재난시 연방정부가 각 소방국의 최정예 구조요원들을 선발해 조직한다. 전국에 28개팀이 있고 이중 가주에 8개팀이 배치됐다. 1994년 노스리지 지진을 비롯해 1995년 오클라호마 폭탄테러, 2001년 911 테러,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2010년 아이티지진 등 극한상황에는 어김없이 USAR팀이 출동했다. 이날 훈련에 참가한 4개 소방국의 급류구조반 240여명은 전원 USAR팀원으로 엘리트중의 엘리트다. LAFD내 3600명의 소방관중에서 USAR팀 선발 자격자는 200명에 불과하다. LAFD는 지난해 3년만에 SWRT 팀원 선발시험을 치렀다. 뽑힌 인원은 고작 5명이다. 시험응시자격을 얻는 것 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5년 이상 근무경력에 잠수 자격증 등 7개 과정 400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댄 맥퀸 LAFD 소방관은 "전체 이수 과정은 근무와 병행하기 때문에 평균 2년이 걸린다"면서 "USAR팀원이 되려면 최소 7년이 소요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USAR팀의 훈련 강도는 상상조차 어렵다. 급류, 건물잔해 구조, 터널붕괴, 잠수, 로프 구조 훈련, 암벽 등반 등 수백가지의 시나리오를 반복 학습한다. 맥퀸 소방관은 "충분히 똑똑하고, 충분히 강한 사람만 USAR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매뉴얼대로 사람이 움직이게 하는 힘은 끝없는 훈련에서 나온다. 각 소방국은 연례 FEMA 통합 훈련외에 분기별로 정식 훈련을 하고, 매달 1~2차례씩 전체 훈련을 거친다. 이와 별도로 각 소방관들은 6개월마다 개인 체력검사도 통과해야한다. 3차례 떨어지면 해고될 수 있다. 베이커 캡틴은 "재난시 의사소통 실패는 곧 전체 구조의 실패를 뜻한다"며 "통합훈련은 서로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 것"이라고 말했다. LAFD는 최신기술인 무인정찰기 도입도 고려중이다. 팀 트라우릭 캡틴은 "통상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휘본부장에게 사건 현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구현 기자

2014-05-21

[특별기획] FEMA·CalOES 구조 훈련장을 가다…"5분 안에 즉각 대응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국내에서 '국민 안전'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온국민들이 재난 구조체계의 전면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때마침 LA인근에서 미국의 구조체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20일 열린 연방차원의 대규모 재난구조훈련장을 찾아갔다. "시간이 생명이다. 피해를 최소화하라." 20일 새벽 5시 셔먼옥스의 LA소방국 88소방서 훈련장.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훈련장에 숨가쁜 지령이 떨어졌다. 연방정부 산하 캘리포니아지역 연합 구조전문팀인 US&R(Urban Search & Rescue)은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진으로 빌딩이 무너져 건물 잔해 속에 시민들이 갇힌 상황. 수색팀은 수색견을 총 동원해 사고 현장 곳곳에 흩어진 피해자들을 찾아나섰다. 3분 뒤, 사고 피해자의 위치를 찾은 수색견 한 마리가 구조대를 향해 짖었다. 구조대는 콘크리트 잔해에 작은 구멍을 낸 뒤 원격 조종 카메라로 피해자의 위치를 파악했다. 곧바로 드릴과 절단기를 이용해 건물 잔해 속에 깔렸던 시민을 구해냈다. 사고 신고를 받은 뒤 구조자를 병원까지 옮기는 데 걸린 시간은 45분. 골든 시간(구조 작전 최대 허용 소요 시간)인 60분보다 15분 더 빨랐다. 구조 작업 통제관인 마이크 크래머 캡틴은 "모든 사고 및 재난 현장에서는 얼마나 신속하게 구조 작업에 착수하느냐가 피해자의 생사를 가른다. US&R은 신고를 받은 뒤 5분 안에 최초 대응을 하도록 하고 있다"며 "911 테러나 항공기 추락 사고 등 대규모 사고시엔 최대 15분 안에 초기 대응을 하는 게 US&R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크래머 캡틴은 또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는 완성도 높은 매뉴얼을 갖추고, 실전과 같은 훈련을 반복하는 과정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이번 훈련은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가주재난대응국(CalOES)과 연합해 실시하는 연례 훈련이다. 공식 명칭은 '2014년 서부지역 멀티 태스크 포스 훈련(MOBEX Drill)'으로 자연 재해와 각종 사고에 대비한 매뉴얼을 익히는 과정이다. 이날 훈련에는 LA소방국과 LA카운티 소방국, 오렌지카운티 소방국, 새크라멘토 소방국 등 지역 소방국 소속 구조팀들이 참여했다. 각지에서 모인 140여 명의 구조대원들은 도심 지진 현장, 항공기 추락 현장, 수중 사고 수색 현장, 건물 붕괴 현장에 투입돼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연습에 참여했다. 또 리모트 컨트롤러 항공 카메라, GPS 추적 시스템, 현장 실시간 중계 시스템 등 최첨단 장비를 손에 익히는 과정도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FEMA의 강도 높은 훈련은 실제 현장에서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을 유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훈련에 참여했던 구조대원과 민간 봉사자들이 실제 상황에서 연습했던 그대로 즉시 구조 현장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FEMA는 주정부의 재난관리청을 지휘하고, 주 재난관리청은 카운티 재난관리팀을 지휘하는 수직 지휘체계 아래 실시간 대응하고 있다. 또 피해 지역을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연방 정부 차원에서 피해 복구비를 지원하고,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기업·주민에게는 낮은 금리로 복구비를 대출해 주기도 한다. 이런 재난 체계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크다. 한 예로 지난달 토네이도가 덮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보포트카운티에 FEMA가 투입되자 이 지역 주민 돈 보르츠씨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FEMA가 나섰으니 이제 됐다"라며 안심했다. 35명이 사망하고, 가옥 수만 채가 무너졌지만 보르츠씨는 "FEMA의 신속한 대응 덕분에 피해를 줄였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훈련 현장을 찾은 에릭 가세티 시장은 본지 기자와의 짧은 인터뷰에서 한국의 세월호 사고를 언급했다. 가세티 시장은 "가슴 무너지는 비극이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들었다. 이번 사고를 교훈삼아 더 확실한 구조체계가 마련되길 바란다"며 "다시 한번 유가족들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정구현·오세진 기자

201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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